오랜만에 찾아온 매서운 겨울 날씨를 느끼며 출근하는 길에 문득 떠오른 것이 옛날 사람들은 배설물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하는 궁금증이다. 음식(food)문화나 성(sex)문화에 관한 지식은 내 머릿속에 조금 들어 있는데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의 하나인 화장실 문화에 관한 지식은 왜 거의 없을까?
원시시대에는 배설물 처리가 별로 문제 되지 않았을 것이지만, 인구가 특정지역에 밀집되는 문명이 탄생하면서 배설물 처리는 적지 않은 고민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은 배설물을 하나의 자원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퇴비등으로 재활용했고 한국, 중국, 일본 간의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화장실(뒷간) 같은 배설물 처리를 위한 별도의 공간이 분명히 존재했다.
그렇다면 현대 화장실 문화의 원조인 서구 유럽은 과거엔 어떤 방식으로 처리했을까?
로마는 기원전 27년경에 제국의 기틀을 확립하고 하수도와 상수도 시설을 분리 발전시키면서 가정에서 흐르는 물을 이용한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원후 70년경 베스파시아누스 황제 때에는 대리석 소변기들이 설치된 건물 하나를 지었으며, 이것이 바로 최초의 공중화장실이었다. 또한 자연 수세식으로 변기 아래 물이 흐르도록 하여 오물을 씻어내는 방식이었다고 한다.(여기서 화장실 문화가 동서양의 차이를 보인다. 유럽은 배설물을 물을 통해버리고, 모두는 아니지만 동양은 재활용을 많이 했다.)
이후 서기 5세기경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로마의 문명이 유럽 전체로 퍼진 초기 한동안은 로마와 같은 방식으로 배설물을 처리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황의 힘이 강대해지고 종교적 신념이 지배하는 중세 암흑시대1로 들어가면서 위생적인 화장실 문화는 퇴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대는 종교적 이념과 신념이 지배한 시기로 과학적 논리적 생각보다는 비이성적인 생각이 지배한 시기다. 중세 암흑 시대에 정착한 위생 개념은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친다. 목욕이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라든지, 사혈2이나 설사가 질병 치료에 도움된다는 황당한 이론 등이 유럽을 지배하였으며 그야말로 위생과 건강에 대한 터무니 없는 생각들이 대중을 현혹한 시기다. 페스트(흑사병)의 대유행으로(1344~1350년 중반) 유럽 인구의 1/3 이상이 사망한 재앙이 닥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후의 기록으로 볼 때 아마도 이 시대의 배설물 처리는 하수도 개념이나 화장실이라는 별도의 공간을 상실한 채 볼타르라 불리는 요강에 볼일을 보고 길에 버리는 방식을 그대로 유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설물 처리 방식은 르네상스3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화려하고 웅장하기 이를데 없는 베르사유 궁전(1623)에 화장실이 없다든가... 파리에선 길거리에 배설물 투기 금지로 데모가 일어났다든가.. . 여성들의 넓은 치마 패턴은 아무데서나 볼일을 볼 때 이를 가리기 위한 것이라든가...챙 넓은 모자와 코트는 창문에서 버려진 오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굽 높은 구두는(하이힐) 배설물을 밟지 않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일화들은 중세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화장실에 대한 문화가 얼마나 열악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로마 시대에 분명히 존재했던 하수도의 개념이나 목욕 문화가 중세 이후 완전히 사라지면서 19세기 중반 무렵까지 유럽의 도시들은 오물과 진흙으로 범벅이된 그야말로 악취의 도시였다. 목욕도 안 하고 배설물을 길거리에 버리는 15-18세기 유럽을 상상한다는 것이 르네상스와 화려한 궁전, 귀족들의 화려한 무도회와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특히 여성들은 무도회에 참석할 때 전날 이뇨제를 먹고, 무도회에선 최대한 배설의 욕구를 참았다고 하니(남자들이야 숲에서 볼일 보면 되었을 듯), 정조대의 고통(배설물이 쌓인 정조대를 상상해보라!!)과 더불어 유럽은 불과 백 수십 년전 까지 여성들에게 정말 지옥 같은 시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오물을 뒤집어쓴 18세기의 유럽으로 말미암아 미생물학이 발전했고 페니실린이 개발되어 인류 생명 연장에 큰 역할을 했으며, 향수의 발전을 가져왔으니 이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영국에 화장실의 개념이 등장한 것은 1847년 런던에 대형 하수도 시설이 완성되자 시민들에게 모든 분뇨를 하수시설에 방류해야 한다는 법령을 발표하면서 현대식 화장실로 정착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공중화장실이 유럽에 최초로 등장한 것은 1851년 대박람회였고. 유료였으며 상당한 수입을 올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유럽은 오랜 시행착오 끝에 로마의 하수도 시설과 수세식 화장실의 개념을 다시 이어 받는다. 그러나 아직도 유럽의 여러 나라엔 공중 화장실이 매우 적고 대부분 유료라고 한다.
근대에 서구인들이 총칼로 무장하고 아시아에 발을 들였을 때 제대로 냄새나는 야만인 취급을 받았지만 ,
이제는 'Lady First'를 외치며 한국이나 중국의 화장실이 더럽다고 주절거리는 서구인들이
근대에 들어서기 전까지 겉만 화려했을 뿐, 여성들을 배설의 고통으로 몸무림 치게하고, 수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거리에 배설물을 내다버린 진짜 야만인(?)이었다는 사실은 실소(失笑)를 금치 못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렇게 역사는 아이러니 속에 반복되는 모양이다.
아련히 어린 시절 "덩~퍼"라고 외치며 골목 골목마다 덩지게를 지고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요즘 아이들이 보았다면 몸서리를 쳤을 것이지만 내겐 그 마저도 그리운 시절이라 느끼는 걸 보니 나도 이제는 나이를 좀 먹은 모양이다.
ps) 뒷처리는? 세계 지역마다 다르지만 손,물, 돌, 볏짚, 나뭇잎,대나무, 해조류,종이등을 사용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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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에 대해 검색하다가 들렀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글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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